수확할 때 재미있는 품종이 몇 가지가 있는데, 감자와 고구마는 그 중에 더 재미있다.
빽빽하게 얽켜있는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어 마당에 한 무더기로 쌓아놓으면 쉬는 참에 모두들 돌려앉아서 반찬으로 쓸 줄기를 다듬는다.
맨살이 드러난 고구마밭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그러나 호미로 조심스럽고 단호하게 깊숙히 헤집으면 여기저기서 굵직한 고구마가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하나를 발견하면 줄줄이 달려나오기 시작하니 커다란 ㅂ광주리에 담기가 바쁘다.
언니가 적당한 크기의 고구마 몇 개를 골라주면 근처 개울에 가서 벅벅 씻어와 밭둑에 털썩 앉아 껍질 째로 와작와작 깨물어 먹는 재미도 고구마 캐는 날의 즐거움이다.
크고 작은 고구마들이 광 한구석에 꽉 찼다.
서리가 내리면 썪는 속도가 빨 라져서 볏짚으로 꽁꽁 싸매주어야 한다.
그 중 크고 튼실하게 잘 생긴 놈으로 몇 개를 골라서 방으로 들어오니 아버지는 길쭉하고 커다란 함지박에 홁을 채우고 계신다.
고구마를 함지박 화분에 심고 띠엄띠엄 물을 주다보면 흙을 뚫고 비쭉비쭉 고구마 싹이 보인다.
밖은 엄동설한인데 연두색 어린 새싹을 보니 신기하고 예쁘다.
예쁜 싹들이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겨울철 즐거움의 하나이다.
어느덧 봄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어린 싹들도 제법 컸다.
어른 손으로 두어 뼘쯤 자랐을 때 싹을 잘라내어 밭에 비스듬히 심는다.
싹에게 모든 영양분을 다 내준 고구마는 껍질이 쭈글쭈글하고 속은 퍼석퍼석하다.
기특한 고구마는 숭덩숭덩 잘라서 소 여물 가마솥에 들어가는 것으로 제 할일을 마친다.
어미고구마의 양분으로 튼튼하게 자란 아기줄기들은 다시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가을 볕 좋은 날에 굵고 먹음직 스러운 때깔로 만날 것이다.
'병마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뱀과 눈싸움 한 판 (0) | 2025.03.14 |
---|---|
메 주워라! (2) | 2025.03.12 |
멧돼지와 맞선 용감한 남매 (0) | 2025.03.04 |
인형놀이에 끼어 든 아버지 (0) | 2025.02.27 |
고뿔에 특효약은 (0) | 2025.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