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 나는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학교 등하교를 함께 하고, 소꿉놀이, 공기놀이, 사방치기 등 둘이서 놀아도 참 재미있다.
언니는 피부도 희고 예쁜데다가 똑똑하고 당차서 어디를 가든지 인기가 참 많다.
내가 언니보다 잘 하는 것은 달리기와 씩씩함이다.
아침 등교길에 앞서서 가던 남자아이들이 땅벌집을 건드려서 언니가 벌에 여러 군데를 쏘여서 고생한 적이 있는데, 언니 가방까지 들고 언니를 위로해가며 학교에 도착 한 후, 벌집을 건드린 아이들을 혼쭐 내 주는 것도 내가 언니보다 씩씩해서 인 것 같다.
언니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종이로 만든 인형놀이이다.
다 쓴 공책 표지 안쪽에 인형과 인형 옷, 모자, 신발, 가방 등을 그리고 오려서 인형을 꾸미는 것은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다.
인형을 손에 잡고 겅중겅중거리며 서로 만나서 얘기도 하고 밥 먹는 시늉도 해가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논다.
한참 전부터 그런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던 아버지가 공책 겉장을 가져가시더니 인형을 그리고 오리신다.
늘 근엄한 아버지의 난데없는 행동에 우리는 놀라서 서로 마주보았다가 아버지를 다시 보았다가 한다.
인형 옷 까지 야무지게 입힌 아버지의 인형은 비뚤비뚤 못생겼다.
그렇지만 그 어떤 인형보다 좋다.
아버지는 인형을 손에 쥐고 우리들 하는 것 처럼 겅중겅중 가까이 오면서 굵은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어 여린 목소리로 "얘들아~ 나도 끼워줘, 같이 놀자" 하신다.
그런 아버지가 낯설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우리는 얼른 각자의 인형을 잡고 아버지 인형에게 다가가며 "그래~ 어서 와, 같이 놀자" 한다.
아버지와 함께 한 그 날의 인형놀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재미있고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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