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는 찻길에서 갈라진 길로 들어서서 개울물을 중심으로 대략 5~6킬로에 걸친 깊숙한 골짜기입니다.
겹겹이 둘러싼 산이 많다보니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고 비탈길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과 바위도 많지요.
모퉁이를 돌면 집 한 채, 깊숙히 휘어진 길을 돌면 약간 틔인 평지에 몇 채, 이렇게 드문드문 집들이 자리잡고 있고, 집집마다 개와 고양이가 있어서 지나갈 때마다 컹컹 왈왈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밤이 되면 코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합니다.
그렇지만 달이 뜨고 별이 뜨면 희부옇게 길도 보이고 온 천지가 다 보입니다.
밤하늘은 그야말로 별이 쏟아질 만큼 많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누군가는 자세히 보면 견우랑 직녀도 보일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맑고 뚜렷한 하늘입니다.
문명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인지 야생동물의 천국이지요.
물도 청정 1급수라 길을 가다가 목이 마르면 개울물에 엎드려 코를 박고 물을 꿀꺽꿀꺽 들이킵니다.
다슬기도 많고 버들치, 모래무지, 꺽지, 쏘가리 등등 민물고기도 많아서 여름철 동네 어른들은 천렵을 하곤 한답니다.
산과 들은 그야말로 먹을 것이 천지입니다.
봄나물은 물론이고 버섯이며 더덕이며 약초까지, 부지런한 사람들은 광에 그득하게 쟁여놓지요.
대부분은 부지런합니다.
아버지는 고추밭 사이사이에 오이랑 수박을 심어놓는데, 다 익을 때면 동네 총각들이 서리를 하러 빈번하게 들락거립니다.
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고춧대 부러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하십니다.
주인이 다 알고 있으니 서리도 아니네요.
집집마다 과일나무가 있지만 산에 들에 열리는 과일도 많아서 다양한 맛은 먹을거리를 호사스럽게 누립니다.
산딸기, 머루, 다래, 버찌, 오디, 밤, 개금, 개복숭아, 팥배, 돌배 등등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많지요.
봄에는 찔레 새순, 국수나무 새순, 붉나무 새순, 바위나리 순 등등 간식거리가 마구마구 나고요,
돼지감자라고 부르는 뚱딴지도 아삭하고 달콤해요.
농사일 틈틈이 나물을 뜯고 말려서 겨울철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품앗이를 할 때 먹는 못밥이나 새참은 잊지 못할 만큼 맛있답니다.
겨울이 되면 눈이 하도 많이 내려서 미처 녹지 못하고 단단해 지면 어른들이 장화를 신고 발자국을 내주어야 학교를 갈 수 있고요,
이런저런 썰매용 도구와 놀잇감으로 겨울도 심심하지 않아요.
새소리, 짐승소리가 어떤 음악소리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재미있어요.
우리 동네가 상상 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나요?
아마 그림대로 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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