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부엌은 아침 저녁으로 분주하다.
부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법 넓은 면적에 황토로 만든 긴 부뚜막이 방 쪽 벽을 기대어 있고, 아랫쪽에 아궁이가 두 개 뚫려있다.
오른 쪽 아궁이 위에는 커다란 무쇠솥이 있는데, 이 솥의 역할은 두부 만들 때 콩물을 끓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온 식구가 쓸 물을 담아놓는다.
저녁때가 되면 양 손에 양동이를 들고 마당 두 개를 지나 긴 밭둑길을 건너야 도착하는 개울에서 물을 담아서 찰랑찰랑 흔들리는 물에 바짓가랑이를 적셔가며 큰 솥이 가득 찰 때까지 반복해서 퍼 날라야 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물이 데워질 때까지 한참동안 불을 땐다.
이 물로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설겆이도 하고 세수도 한다.
왼쪽 아궁이 위에는 어른 품으로 한아름 정도의 솥과 그보다 작은 솥이 비스듬히 앞뒤로 걸려있다.
큰 솥은 밥솥이고 작은 솥은 국솥이다.
솥뚜껑 틈으로 밥물이 흐르고 밥짓는 냄새가 구수하게 퍼지면 된장국, 뭇국, 김칫국 등이 날마다 다른 냄새로 경쟁하듯 식욕을 돋군다.
밥이 다 되면 나무주걱으로 크고 깊은 밥통에 밥을 퍼 담고 방으로 들여가서 밥상 옆에서 각자의 밥그릇에 나누어 담는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마다 식구들 밥 외에 세그릇의 밥을 더 담으라고 하시고는 뚜껑을 덮은 세 개의 밥그릇을 아랫목에 담요로 덮어놓으신다.
이 밥들은 점심에 꺼내서 점심밥으로 먹는다.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모습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여쭈었다가 돌아온 대답에 코 끝이 찡하다.
아버지는 집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는 자식들이 행여 밥을 굶지는 않을까 늘 걱정이 되셨나보다.
항상 잘 먹으라는 염원으로 밥을 담아놓으면 자식들이 굶지않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하신다.
그러고보니 아버지는 늘 외출에서 늦어져 밥 때를 못 맞추는 자식들의 밥부터 챙겨놓곤 하신다.
겉으로는 무뚝뚝하시지만 그 마음은 그렇게나 여리고 따뜻한, 아랫목이었던 것이다.
'병마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신 머리를 땋았다 (0) | 2025.01.29 |
---|---|
대파 새알찜 (0) | 2025.01.29 |
국수나무 공예 (0) | 2025.01.27 |
겨울 새벽이 행복한 이유 (0) | 2025.01.27 |
두엄으로 기르는 머리카락 (0) | 2025.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