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궁이에 불을 잘 붙여 두꺼운 장작이 활활 잘 탈때까지 불씨조절을 잘 하는, 즉 불때기를 잘 한다.
내가 특별히 더 잘한다는 것은 아니고 산골에 사는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집안 일을 거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산골아이들은 불을 잘 땐다.
내가 전담하는 아궁이는 소 여물을 끓이는 커다란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로, 문간방 온돌을 덥히는 곳이기도 하다.
부엌의 아궁이들은 문을 닫으면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고 아늑하지만 문간방의 아궁이는 문이 없어서 바람이 심하면 춥기도 하지만 아궁이의 불씨가 날려서 화재의 위험이 있어서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곳이다.
아궁이에서 활활 타는 불꽃은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마법같은 매력이 있다.
소나무가 탈 때는 솔 향이 아주 좋고 싸리나무는 달콤한 향이 나는 등, 나무마다 탈 때 나는 향이 있어서 불 때는 시간이 나는 참좋다.
아궁이 앞 땅바닥에 부지깽이로 글씨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것도 불때기의 재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가장 재미있는 것은 국수나무로 공예를 하는 것이다.
국수나무는 봄에 새순을 먹기도 하는데, 이름은 마른 가지의 속 심을 빼서 보면 국수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 같다.
가지를 길게 자른 후 단면을 보면 동그란 속심이 보이는데 속심 굵기의 가는 나뭇가지로 속심을 살살 밀면 반대쪽으로속심이 밀려 나온다.다 빼면 스펀지 질감의 우동가락 같다.
별모양, 세모, 네모, 기역자, 동그라미 등등 이리저리 구부려서 여러가지 모양으로 만든다.
오늘은 원이 점점 커지는 소용돌이를 만들어본다.
전기가 없는 산골살이는 심심할 것 같지만 의외로 할 일도 많고 재미있는 놀거리도 많다.
오늘 만든 동심원은 소에게 선물로 줘야겠다.
외양간 기둥에 꽂으니 소가 힐끗 본다.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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