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개울로 세수하러 가는데 좁은 길 양옆에 무성하게 늘어진 풀에 이슬이 조롱조롱 맺혔다.
아침 햇살을 받아 알알이 보석 처럼 반짝거린다.
내 발에 채일 때마다 톡톡 부서지며 내 다리를 적시니
내 다리는 반짝거리는 보석들로 가득하다.
기분 좋게 겅중거리며 학교에 간다.
돌아오는 길에 긴 막대기로 길 옆의 풀을 괜시리 뒤적거리며 느릿느릿 걷는데, 풀 숲에 빨간 뱀딸기들이 가득하다.
초록색 풀과 빨간 뱀딸기가 참 예쁘게 어울린다.
앵두만한 뱀딸기는 예쁘긴 하지만 새콤하지도 달콤하지도 않고 향도 없으니 맛이 없어서 잘 먹지 않는다.
나는 이삭이 길게 삐져나온 풀을 이삭을 잡고 쑤욱 뽑아서 거꾸로 잡고 뱀딸기를 따서 하나씩 꿰기 시작한다.
뱀딸기의 중심 부분으로 풀줄기를 꽂으면 쏘옥 잘 들어가서 꿰는 재미가 있다.
열 몇개쯤을 꿰니 줄지어 매달린 빨간 뱀딸기가 보석처럼 보인다.
손에 쥐고 휘휘 돌리며 걷다가 하나를 톡 따서 입에 넣는다.
그런데 웬일로 맛있게 느껴진다.
이상하네 하며 하나를 더 입에 넣어보니 작은 씨앗들이 토독토독 씹히고 딸기 과듭과 섞여서 새삼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하나 따 먹다 보니 어느새 풀줄기가 비었다.
혹시나 뱀딸기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맛있어진 것인가 궁금해진 나는 풀숲을 헤치고 뱀딸기를 따서 먹는다.
그러나 여전히 맛이 없다.
머리를 갸우뚱 하며 풀줄기를 뽑아서 뱀딸기를 몇 개 꿴 후, 다시 풀줄기에서 떼어내 먹어보니 이건 또 맛있다.
풀에 꿰어 먹는 뱀딸기가 더 맛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부터 내 눈에 띄는 뱀딸기는 모두 풀줄기에 꿰어지고 만다.
나의 뱀딸기 레시피는 내 친구들어게도 알려져서 한동안 뱀딸기를 주렁주렁 꿰어 들고 다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으니 계속해서 연구와 실험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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