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에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촌에는 늘 일손이 부족하다.
특히 모내기는 시기가 중요해서 논이 많은 집은 전쟁을 치르듯이 모내기를 한다.
인근 군부대에서 지원을 나오기도 하는데, 농사 경험이 없는 군인들도 많기 때문에 모가 둥둥 뜨거나 너무 깊이 심는 경우가 있어서 이중으로 일하기 일쑤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거들어 경험이 많은 학생들이 군인들보다 더 환영받는 일꾼이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반 아이들과 모내기지원을 다녔다.
모내기 할 논에 도착하면 바지를 둥둥 걷고 맨발로 써래질을 끝낸 흙탕물로 가득한 논으로 거침없이 들어간다.
가로로 길게 늘어뜨린 줄에 어른 한 뼘 간격으로 빨간 줄로 표시가 되어있는데, 이 표식에 모를 심으면 된다.
군데군데 던져놓은 모를 집어들고 내 앞에 있는 4~5개 정도의 표식에 모를 심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 줄을 넘기는 아이들이 "줄 넘어가요"를 외치며 한 뼘 정도 간격을 두고 뒤로 넘긴다.
다시 모를심고 뒷걸음치고를 논의 끝까지 반복한다.
허리가 뻐근해질 무렵 쉬었다가 하라는 외침에 논둑으로 나가서 다리에 묻은 진흙을 풀에 쓱쓱 닦다가 종아리에 거머리가 달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지른다.
모두 놀라서 달려온다.
선생님께서 얼른 거머리를 떼어내니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나는 피를 보고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선생님께서는 지혈을 하시고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달래주신다.
그 때 마침 국수를 삶아 새참을 내어오신 논 주인아주머니가 우는 나를 보시고는 얼른 엿을 하나 주신다.
눈물을 뚝 그치고 국수를 맛있게 먹고, 엿까지 야무지게 먹은 나는 언제 울었나는 듯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다시 논으로 들어간다.
모내기를 다 마치고 줄을 맞춰서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논 주인 아저씨가 딸기껌 한 통씩 나누어주시며 수고했다고 하신다.
기분이 한껏 좋아진 우리들은 노래를 부르며 학교로 돌아간다.
다음 날, 등굣길에 논을 지나는데, 어제 심은 모들이 초록색을 뽐내며 튼튼하게 자랄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춘다.
나도 기분이 좋아서 뜀뛰기를 하면서 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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