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스치는 바람에서 포근함이 묻어난다.
봄이 시작되었는데 깊숙한 골짜기는 아직도 얼음이 있다.
꽁꽁 얼었던 흙이 녹아서 질퍽거리면 하늘 높은 곳에서 노고지리가 재잘대기 시작한다.
겨울을 견뎌낸 보리가 누렇게 변한 잎 사이로 연한 초록잎을 내밀면 마지막 보리밟기를 한다.
노고지리의 노랫소리에 맞춰서 춤추듯 보리밟기를 하고 개울로 봄 탐험을 간다.
버드나무에 물이오르는 소리가 들리는듯 싱그럽고 활기찬 봄이 개울가 여기저기에 보인다.
비쭉비쭉 솟기 시작하는 새싹들에게 인사하고 냇물 속 돌맹이를 들춰서 가재도 잡으면서 계곡을 따라 봄맞이에 한창이다.
물이 고여있는 작은 소에 낙엽이 쌓여있다.
우리가 먹는 물이니 청소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낙엽을 건지는데 낙엽들 사이로 뭔가 다른 촉감이 느껴진다.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들여다보니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까만 점 뭉치가 몽글몽글한 개구리알이 여기저기 보인다.
부지런한 개구리가 벌써 알을 낳았구나 하고 알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낙엽을 건진다.
개구리알에게 잘 부화해라 인사를 하고 상류로 올라가며 보니 이번에는 원통형 굽은 막대처럼 생긴 투멍한막에 쌓인 도롱뇽알이 보인다.
큰 애벌레처럼 보여서 약간 징그럽다.
낙엽을 치워 줄 용기가 나질 않아서 그냥 지나친다.
이제 얼마 후면 계곡에 올챙이들이 가득차겠다.
산짐승도,  우리들도, 개구리도, 도롱뇽도 이용하는 우리집 전용 계곡이 청정 1급수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탐방이다.
내일은 뒷산으로 봄 탐방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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