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가을이 지나고 가을걷이가 마무리 되면 쉴 틈도 없이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를 한다.
길고 추운 산골의 겨울에는 땔감이 가장 중요하다.
나도 지게를 지고 아버지를 따라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간다.
말라서 버석거리는 이파리가 아직은 나무에 붙어있다.
어린 참나무, 싸리나무 등 내 힘으로 벨 수 있는 것으로 골라 낫으로 베어서 칡넝쿨로 한 단씩 묶어서 지고 내려오기를 반복하면서 큰 마당 한 쪽에 높다랗게 나뭇단 벽을 쌓는다.
또 장작용 통나무를 톱질로 토막내어 말렸다가 도끼로 패서 뒤울 안에 한가득 쌓아놓으면 마음부터 든든하다.
그리고 메주도 쑤어야 하고 김장도 해야한다.
모두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온 식구가 총출동해서 종일 혹은 이틀씩 걸려서 해야한다.
춥고 긴 겨울을 지내려면 반찬거리나 간식도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장에서 사오신 명태, 양미리 등의 생선 두름도 마루 한쪽에 걸어놓고, 삶은 콩을 실에 꿰어 말려 놓거나 삶은고구마와 밤, 대추도 말려서 보관한다.
가을에 따 온 꽈리도 껍질 째 실에 길게 꿰어 매달아 말리면 약재도 되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김장할 때 뽑아 둔 무우도 밭 귀퉁이에 구덩이를 파고 깊숙히 묻어야 얼지 않고 겨우내 먹을 수 있다.
집 여기저기도 손 볼 곳이 많다.
낡은 문풍지도 뜯어내고 새로운 창호지를 발라서 바람구멍을 미리 막는다.
문풍지를 바를 때에는 문 손잡이 옆쪽에 코스모스 꽃과 이파리를  붙여서 삭막한 겨울에 꽃을 감상할 수있는 아버지의 감성이 돋보인다.
또한 눈 때문에 무너질 곳은 없는지 지붕과 울타리를 꼼꼼하게 살피고 소에게 입혀 줄 옷을 만들면 대강의 월동준비가 마무리된다.
이제 곧 된서리가 내리고 개울에 얼음이 차츰 두꺼워질 것이며, 겹겹이 쌓인 눈 위로 서리가 내리면 온천지가 반짝반짝 보석을 흩뿌린 듯 예쁜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월동준비를 마치고 든든한 마음으로 따뜻한 방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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