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산꾼
봄이 오면 산골 사람들은 산나물 뜯을 생각에 어서어서 나물들이 자라길 기다린다.
농사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긴 하지만 잘 손질해서 저장하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반찬거리가 되는 나물 채취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에는 농사일을 하기에 불편한데다가 봄비에 산나물이 쑥쑥 크기 때문에 온 식구들이 산으로 총출동한다.
날씨가 맑아지면 다시 들일에 바쁜 식구들은 논으로 밭으로 나간다.
나는 농사일 보다는 산에 가는 것이 훨씬 재미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냅다 산으로 튈 준비를 한다.
산에 올라 여기저기 나물을 뜯을 생각을 하니 그만 설레서 준비하는 손길이 더디게 느껴진다.
다래끼를 허리춤에 차고 다래끼에 나물이 넘치게 찰 것을 대비하여 보자기도 허리에 질끈 묶는다.
도시락에 밥을 꾹꾹 눌러 담고 도시락 모서리에 고추장을 한 숟가락 퍼 담으면 밥 준비도 끝이다.
산에 오르니 지난 번 비 오는 날 한바탕 훑고 다녔는데도 그새 고사리며 취나물이 탐스럽게 자랐다.
허리를 펄 새도 없이 눈과 손이 바쁘다.
다래끼에 가득 찬 나물을 보자기에 옮겨담기를 몇 차례하니 보자기도 제법 무거워진다.
산비탈에 미끄러져 다시 기어오르기도 하고 여기저기 잡목들을 헤치며 돌아치다 보니 배가 고파진다.
비닥이 편평한 곳을 골라잡아 도시락 먹을 준비를 한다.
일단 목부터 축여야겠다.
아직은 연한 떡갈나무 잎을 따서 고깔 모양으로 접은 다음 쫄쫄쫄 흐르는 작은 계곡물을 떠 먹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밀나물싹, 잔대싹, 청미래덩굴싹 등을 한 줌 뜯어서 대충 툭툭 털고 도시락 뚜껑을 그릇 삼아 올려놓는다.
아차! 숟가락 젓가락이 없다. 급한 마음에 잊어버렸나보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싸리나무가 보인다.
가지를 잘라 다듬어서 젓가락으로 사용하기로 한다.
싸리나무는 달콤한 향이 나서 밥맛을 더 좋게 해주는 것 같다.
나물을 고추장에 푹 찍어서 밥과 함께 한 입 가득 물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맛있고 행복하다.
밀나물 싹은 담백하고 씹는 맛이 좋고 잔대싹은 항긋하다.
그 중 제일 맛있는 것이 청미래덩굴 싹이다.
약간 쌉싸름한 맛이 있으나 기름진 느낌으로 부드럽고 상큼하다.
나물들의 제각기 다른 맛을 즐기면서 먹다보니 어느새 가득했던 도시락이 텅 비었다.
배도 든든하니 다시 나물을 뜯으러 돌아다녀볼까 한다.
보자기에 담은 나물이 한아름이 되어서야 집으로 내려간다.
나물의 무게에 발걸음이 휘청거리지만 기분은 한껏 좋다.
집이 저만치 보이기 시작하니 도꾸녀석이 기적을 느끼고 마구 달려온다.
도꾸한테 짐을 넘기고 싶지만 천방지축인 녀석이 짐을 지고 갈 리가 없으니 도리없이 장난끼 많은 도꾸의 방해를 받으면서 꿋꿋하게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