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먹거리 장터가 열렸다 1
봄 바람이 살랑살랑 꼬리를 치더니 온 산과 들이 연둣빛과 초록으로 덮였다.
육식을 하지 못하는 나의 식탐이 기세를 올릴 때가 된 것이다.
냉이, 달래, 쑥 등은 풀 간식 목록에 넣지 않겠다.
첫 번째 간식은 소나무 속껍질이다.
물이 한껏 오른 적당한 굵기의 소나무 가지를 잘라 거친 겉 껍질을 벗기면 얇은 속껍질이 드러난다.
종잇장 처럼 얇은 속껍질을 입에 넣으면 말할 수 없이 향긋한 솔향이 입 안부터 온 몸을 휘감는다.
몇 개만 먹으면 배가 부른 느낌이 들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두 번째는 국수나무 새순이다.
뭌은 나뭇가지 사이로 땅에서 솟은 새순은 찔레 새순이랑 비슷하다.
나무젓가락 정도의 굵기면 먹을만 하다.
껍질을 벗겨서 잘근잘근 씹어먹으면 약간은 떫은 맛이 매력적이다.
세 번째는 시큼한 맛이 나는 풀인데, 이름은 모르겠다.
고양이밥을 먹으면 처음에는 시큼하다가 점점 단맛이 나는데 이 시금치풀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찌그러뜨리는신맛이 난다.
먹을 때는 인상이 잔뜩 구겨지지만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네 번째는 바위나리 라고 부르는 돌단풍 꽃대이다.
개울가 바위틈에 나는 바위나리는 잎사귀가 단풍잎과 닮았다.
꽃대가 여러 개 올라오면서 흰색의 작은 꽃을 피우는데, 꽃망울이 맺힐랑 말랑 할 때 먹어야한다.
껍질을 벗겨서 먹으면 별다른 향은 없지만 심심한 단맛이 은근히 끌린다.
다섯 번째는 많이 알려진 찔레순이다.
묵은 나무를 헤집고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굵고 연하다.
그런데 찔레나무는 가시가 많아서 새 순을 따는 것이 제법 어렵다.
그래서 주로 가지에서 자라는 새순 중에서 굵은 것으로 꺾어 먹는다.
천지사방에 널린 간식들을 먹다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초록색 풀을 배 한가득 먹었으니 내 안에 봄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