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골 이야기
고뿔에 특효약은
느긋한 늑대
2025. 2. 26. 22:56
눈이 오나 강풍이 불어도 하루 종일 밖으로 쏘다니는 나는 한번쯤은 독한 감기에 걸린다.
자식 여섯을 키우신 아버지는 자식들 낮빛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척척 아신다.
심상치 않은 내 얼굴을 보시더니 곧바로 감기약 제조에 돌입하신다.
깨끗하게 씻은 무우의 머리쪽을 뚝 자르시고는 몸통 속을 숟가락으로 슥슥 파낸다.
무즙과 무 조각들을 다시 무 속에 넣고 토종꿀을 두어 숟가락 정도 넣으신다.
그리고는 잘라놓았던 무우를 뚜껑처럼 덮고 불씨가 남아 뜨끈뜨끈한 화로의 재 속에 푸욱 묻어놓는다.
무우가 은근히 익어가면서 무즙과 꿀이 섞여서 구수하고 달큰해진다.
대접에 쏟아서 후후 불어가며 다 먹어야 한다.
그리고는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자는데, 바람 한 자락 들어오지 못하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히 봉한 채 자야한다.
숨이 답답하고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못 견디고 손이나 발을 살그머니 이불 밖으로 내놓을라치면 벼락같은 호통이 쏟아진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참고 참다가 어느새 잠이 든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언제 아팠냐는듯 감기는 뚝 떨어지고 몸은 날아갈 듯 가볍다.
우리 아버지의 처방약과 치료법은 언제나 신기하다.
감기가 나았으니 다시 양말을 신으며 나갈 채비를 한다.
밖에서 도꾸녀석이 재촉을 하는 듯 짖어대니 마음이 급해져서 옷을 입는 둥 마는둥 뛰쳐나가니 또 감기에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