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솔 채취
나는 소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좋다.
우리 동네에는 소나무가 많지는 않아서 아쉽다.
그래서 친구 집과 가까운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에 일부러 자주 가서 미끌거리는 소나무 낙엽을 밟고. 향긋한 솔향을 맡으면서 한나절 놀곤 한다.
봄이 쑤욱~ 깊어질 때, 지팡이 굵기의 가지를 꺾어서 겉 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얇은 속껍질을 입에 넣으면 수분 가득한 짙은 솔향이 온통 가득해진다.
정말 좋아하는 간식이지만 소나무에게 미안해서 딱 한 번만 먹는다.
겨울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 이런 저런 월동 준비를 하는데, 전깃불이 없다보니 한밤중에 밖에 나갈 때를 대비해서 밝힐 불이 필요하다.
바람에도 꺼지지 않아야 하고 오랫동안 불꽃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적당한 것이 관솔이다.
곡괭이와 톱, 낫 등의 장비를 챙겨들고 지게에 소쿠리를 장착하고 산으로 간다.
늙어서 쓰러진 소나무나 베어진 밑둥을 찾아내는 것이 관솔 채취의 시작이다.
곡괭이로 소나무 뿌리를 캐야 하는데, 깊고 단단한 뿌리를 캐는 작업이 가장 힘들다.
다 같이 힘을 합쳐서 뿌리를 캐면 톱으로 뿌리가지들을 잘라 분리한다.
오빠가 지게 소쿠리에 가득 담긴 관솔재료를 끙! 하면서 지고 일어난다.
그럴 때 우리는 오빠의 짐을 덜어낼 생각으로 오빠가 눈치채지 못하게 재빠르게 몇 개씩 덜어내 양 팔로 끌어안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키득키득 오빠의 뒤를 따라 집으로 간다.
지게를 내려놓고 우리의 기특한 행태를 본 오빠는 미소를 담은 눈흘김으로 다음에는 그러지 마라 힘들다 한다.
소나무 뿌리는 멍석에 펴서 며칠간 말린 후 손에 잡기 적당한 굵기로 손도끼질을 한다.
송진을 잔뜩 품어 불그스름하게 보이는 관솔은 불을 붙이면 송진이 부글부글 거품을 뿜어내면서 짙은 솔향과 노랗고 밝은 불빛을 관솔이 다 탈때까지 낸다.
쪽마루 아래, 도꾸 집을 제외하고 빼곡하게 관솔이 가득 들어차면 방으로 들어갈 때아다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
초겨울의 우리 집은 집 전체가 온통 겨울준비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