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골 이야기

닭장 밖으로 보이는 꼬리

느긋한 늑대 2025. 2. 14. 22:57

아버지는 봄이면 장에 가셔서 병아리 수십마리를 사오신다.
그 중 몇 마리는 며칠 지나지 않아 죽고, 중병아리로 성장하기 전에 솔개에게 낚여서 없어진다.
삼복더위에 삼계탕으로 몇 마리 없어지고, 제사나 명절에 또 몇 마리가 없어진다.
이웃집에서 닭 몇마리만 줘~ 하기도 하고, 손님이 오면 특식을 대접하느라 닭장을 들어간다.
낮에 여기저기 쏘다니던 닭들을 저녁때가 되면 닭장안으로 불러들이는데, 가끔은 돌아오지 않는 몇 마리가 있어서 또 숫자가 줄어든다.
거기에 오소리, 족제비, 담비, 심지어 우리집 도꾸와 나비도 닭을 노린다.
그래서 외양간 옆의 닭장은 봄에는 북적거리다가 가을쯤 되면 몇 마리 남지 않는다.
닭장은 안마당 쪽에 문을 내고 바깥마당쪽은 흙벽에 배설물을 내보내는 구멍을 냈다.
이 구멍으로 각종 야생동물들이 닭을 노린다.
그래서 철사로 얼기설기 얽어 놓았는데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녀석들이 종종 있다.
그 날도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닭장 구멍에서 뭔가 좌우로 흔들흔들 하는 것이 보였다.
혹시 또? 하면서 화장실 벽에 세워놓은 싸리빗자루를 움켜쥐고 살금살금 닭장으로 가까이 가보니, 역시 족제비가 철망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닭장 안에서는 닭들이 꼬꼬댁 하는 소리가 정신없이 시끄럽다.
족제비 꼬리가 반 정도 밖에 남지않은 걸 보니 거의 다 들어가려는 찰나이다.
나는 싸리빗자루를 움켜 쥔 손에 힘을 주어 들어올려서 있는 힘껏 족제비 꼬리를 내리쳤다.
닭 사냥에 정신없던 족제비는 나의 기척을 못 듣고 있다가 혼비백산 하며 달아난다.
야생동물이니 뒤쫒으면 위험할 것 같아 그만두고 벌어진 철망을 다시 조인 다음 서둘러 안마당으로 뛰어들어 닭장을 살펴보니 닭의 깃털이 사방으로 흩어져있고 닭들은 족제비를 피해서 한구석에 몰려 있다
안으로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니 족제비에게 물렸는지  한 마리가 죽어있다.
밭에 나가신 아버지를 찾아가서 말씀을 드리니 혀를 끌끌차신다.
오늘도 우리집 닭들은 오들오들 떨며 밤을 지샐 것 같아서 불쌍하다.
장닭 두 마리도 같은 마음인지  홰를 치면서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