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스케이트
온 세상이 하얗다.
칼바람에 나무들은 우수수 쌓인 눈을 털어내고 산짐승들은 깊숙히 몸을 숨긴다.
세상이 온통 꽁꽁 얼어붙었지만 뜨끈뜨끈한 아랫목에만 있을 내가 아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대문을 나서는데 도꾸가 평소대로 쫓아나오다가 아무래도 추운지 주춤거리다가 집으로 들어간다.
쌩쌩 부는 바람에 코 끝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추위가 달려들지 못하도록 개울까지 잽싸게 뛰어간다.
불쑥불쑥 솟아있는 돌들 사이로 얼음이 두텁게 얼어있고 그 위에 눈이 소복하게 쌓인 상태로 어서 오라고 하는 듯하다
벌써부터 급해진 마음에 와다다 개울로 내달려 내려간다.
얼음위에 쪼그려 앉아서 양 손으로 돌뿌리를 잡고 몸을 앞으로 쭉 내밀면 미끄럼타기가 시작된다.
여러 번 오르내리면서 얼음을 타다 보니 처음 보다는 미끄러짐이 둔해져서 팔에 힘을 더 줘야 하니 힘이 든다.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조긍도 없는 나는 좀더 스릴있게 탈 방법을 궁리해본다.
그러다가 눈에 띈 것은 개울 양옆에 즐비한 버드나무다.
가느다란 가지를 한 뼘 정도길이로 잘라서 두 개를 세로로 양 쪽에 가지런히 놓은 다음 그 위를 밟고 쪼그리고 앉아 다시 썰매를 탄다.
나뭇가지가 스케이트 날 역할을 하는지라 쌩쌩 잘 나가서 정말 신나고 재미있다.
어느 순간에는 몸 보다 발이 먼저 나가서 엉덩방아를 찧기도 한다.
엎어지고 자빠져도 재미있으니 손도 코도 얼굴도 빨개지고 꽁꽁 얼어도 얼음타기는 끝낼 수가 없다.
얼음이 계단처럼 층층이 얼어있는 곳은 경사를 내려가는 속도가 붙어서 굉장히 빠르므로 짜릿한 스릴까지 맛 볼 수 있다.
굴곡 때문에 발바닥부터 온 몸으로 덜컹거리는 충격이 있어서 더 재미있다.
그러다가 경사가 끝나는 곳에서 미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서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머리부터 얼음에 부딪쳐 나뒹그러진다.
얼음 위에 대자로 누워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면 하늘은 저 높이에서 파랗게 웃고, 얼음이 차갑게 등을 어루민진다.
멀리에서 언니가 밥 먹으라는 외침이 들린다.
주섬주섬 일어나 옷에 묻은 눈과 얼음가루를 툭툭 털어내고, 껍질이 다 벗겨지도록 나의 재미를 위해 애써 준 버드나무 스케이트를 개울가에 가지런히 놓고 고맙다는 손짓으로 토닥토닥 한다.
내일은 친구를 불러내서 특급 장비인 버드나무 스케이트를 소개하고 같이 재미있게 놀아야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치는 바람은 부드럽고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