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골 이야기

쫀디기의 난로 연통 레시피

느긋한 늑대 2025. 2. 1. 22:01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각 학년별로 반이 하나씩 밖에 없는 작은 학교이다.
입학해서 처음 만난 친구들과 6년 내내 함께 지낸다.
그 중 몇 명은 같은 동네친구라 일명 배꼽친구이니 그 친숙하고 자연스러움은 형제와도 같다.
6년 내내 크게 다투는 일도 없고, 함께 어울려서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땅따먹기 등등,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을 한아름씩 품고 있다.
종종 짖궂은 아이들은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기도 하고, 뱀이나 개구리를 교실에 풀어놓아 반 아이들이 혼비백산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잘 어울려 지냈다.
한 달에 한 번, 학교에 배달되는 '어깨동무'라는 잡지는 학교에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순번을 정해놓고 서로 돌아가며 읽었다.
자기 차례가 빨리 오기를 바랐을텐데 재촉도 하지 않던 순둥이 친구들이다.
매서운 겨울이 오면 교실 한 가운데 장작난로가 놓이고 교실 밖으로 길게 연통을 연결해서 연기와 가스를 뺀다.
난로에 넣을 장작은 그날 당번이 운동장 옆 창고에서 양 팔에 가득 얹어서 나른다.
난로 안의 장작에 불이 활활 붙으면 뚜껑을 덮이고 그 위에 아이들의 도시락을 겹겹이 쌓아서 차가워진 밥을 덥힌다.
맨 아래의 도시락은 밥이 탈 염려가 있으므로 당번이 긴 집게로 아래 위 도시락을 바꿔서 쌓는 일을 반복해서 한다.
자칫 도시락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그 도시락의 주인은 점심을 굶게되니 당번은 온통 신경을 집중해야한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옥수수알갱이와 보리알갱이를 넣은 큰 주전자를 올려놓아 물이 끓으면서 칙칙 뿜어내는 증기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온 교실에 퍼진다.
난로에서 천장까지 직선으로 세운 연통은 직각으로 꺾여져 교실 창문을 뚫고 밖으로 빠진 연통은 알루미늄 소재여서 난로 못지않게 뜨겁다.
잘못 스쳐서 옷이 탄 아이들이 종종 있다.
이 연통에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산 주황색 쫀디기를 한가닥씩 쪼갠 후 그 한가닥을 연통에 대면 파바박 소리를 내며 쫀디기가 부풀어 오른다.
그냥 먹는 쫀디기는 쫄깃해서 맛있고, 연통에 구워먹는 쫀디기는 고소하고 바삭해서 더 맛있다.
너도나도 난로 주위에 몰려들어 쫀디기를 구워먹으니 여기저기서 파박 파바박 소리가 요란하다.
난로에 한번쯤은 데어도 괜찮은 것은 재미도 있고 맛있는 쫀디기 연통 레시피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