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대보름 달맞이
우리 나라는 아주 옛날부터 농사와 관련이 많은 24절기를 만들어 해당 절기마다 크고 작은 행사를 한다.
우리 동네도 집집마다 단오에는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만들어 먹거나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는 등의 행사를 한다.
그 중 음력으로 1월 15일은 1년 중 달이 가장 크게 뜬다는 대보름이다.
이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서 양쪽 귀를 잡고 동서남북으로 인사를 하고,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더위를 팔기도 한다.
그리고는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들고 이웃 집들을 돌며 오곡밥과 아홉가지의 나물을 받아서 비벼먹는다.
어른들은 귀밝이 술을 드시고, 지신밟기, 다리 밟기 등의 동네 행사도 벌어진다.
대보름날의 하이라이트는 캄캄한 밤에 둥실 떠오르는 대보름달을 보며 달맞이를 하는 것이다.
작은 깡통에 무수한 구멍을 숭숭 뚫고 철사로 길게 손잡이를 매단 다음 깡통 안에 이글거리는 숯을 몇개 넣고 한 팔로 윙윙 돌리다가 요령있게 휙 공중으로 던지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숯불이 불꽃 가루저럼 흩어지는 모습이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 같아 좋은 구경거리이다.
대보름 행사는 휘영청 뜬 달을 향해 소원을 빌면서 끝이 난다.
우리 집은 대보름날이 엄마의 기일이라 우리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종일 제사음식 하느라 분주하다.
그래도 달에게 소원을 빌어야 하는지라 해가 지면 아버지는 달맞이 준비를 하신다.
우리집의 달맞이 재료는 깡통이 아니다.
굵고 긴 나무막대기에 볏짚을 돌려 덮고 새끼줄로 마디마디를 묶는데, 우리들의 나이 만큼 묶으신다.
그러니까 나만의 달맞이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식구대로 다 만들어지면 모닥불에 달맞이채 머리에 불을 붙여 휘휘 돌리면서 소원을 빈다.
나무막대기를 감싼 볏짚이 다 타면 내 나이만큼의 묶음도 다 타게 되므로 내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곧 제사를 지낼 것이니 아마도 엄마가 벌써 오셔서 우리와 같이 계실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달맞이를 마치고 제사 준비를 하러 집으로 들어가는 우리들을 달님이 지켜보신다.
그림자가 느리게 따라오는 걸 보면 우리의 소원도 다 듣고 계셨을테다.
엄마는 제삿밥을 다 드시면 저 달빛을 타고 엄마의 세계로 돌아가실 것이다.
우리들은 제사를 다 지내고 마당에 나와서 달을 보며 엄마를 배웅한다.
다른 사람들 보다 한 겹 더 특별한 우리 집의 대보름날은 내년에도 달맞이채에 나이테를 하나씩 더해서 엄마와 달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