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골 이야기

겨울 밤 참새잡는 법

느긋한 늑대 2025. 1. 11. 22:11

산골의 겨울은 쌓인 눈 위에 또 다시 눈이 쌓이고를 반복해서 단단해진 눈이 어른 무릎까지 푹푹 덮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러다보니 장에 나가지 못하고 고립되다시피 하는 날이 많아져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지기 일쑤다.
토끼 등 산짐승을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동물성 단백질이 될 만한 것을찾아야 한다.
그 중 한 가지가 너무 작아서 가엾지만 어쩔 수 없다는 참새잡기이다.
날쌔고 빠른 참새를 잡는 방법은 두어 가지 정도가 있는데, 밤에 잡는 방법과 낮에 잡는 방법이 있다.
밤에 잡는 방법부터 보기로 한다.
우리 집 바깥 큰 마당 한켠에는 아버지가 매일 산에서 작은 나뭇가지들을 베어서 한아름씩 묶은 나뭇짐들이 어른 키 높이로 잔뜩 쌓여있다.
한밤중에 손전등을 가지고 살금살금 나뭇짐 있는 곳으로 가서 일제히 나뭇가지 사이를 비추면 나뭇짐 사이사이에서 잠자고 있던 참새들이 잡작스런 밝은 빛에 정신을 못차리고 허둥지둥 정신이 없다.
빠르게 손으로 낚아채는데, 나무 등걸에 찔리지 않게, 참새에게 쪼이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식구대로 다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두 세마리 정도면 수확이 좋은 것이다.
나는 고기를 못 먹는 체질이라 참새고기의 맛을 모르지만 내일 화롯불에서 구워지는 구수한 냄새에 군침 깨나 흘릴것이다.
그리고 작고 가여운 참새들에게 지금껏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요즘과는 달리 동물보호 장치가 없었던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